오는 2030년 재생에너지가 재생에너지가 세계 전력 생산의 절반가량을 차지해 전 세계 전력 시스템을 바꿀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다만 국제사회가 지난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맺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 늘리자는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선 각국이 강력한 단기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재생에너지 2024(Renewables 2024)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가 2024~2030년까지 5,500기가와트(GW) 이상, 연간 약 940GW씩 새로운 재생에너지 용량을 추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미국, EU, 중국, 인도의 현재 전력 용량 합계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앞선 약 2017~2023년 동안 증가한 용량의 약 3배에 달한다. 2023년 전 세계에서 늘어난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510GW)보다 70% 더 늘어나는 셈이다. IEA는 각국의 재생에너지 지원 정책과 경제 상황이 이를 유도하면서 재생에너지가 2030년 세계 전력 생산의 46%를 담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IEA가 내놓은 다른 보고서인 ‘세계 에너지 전망 보고서(Energy Outlook 2024)’에 의하면 2010년부터 2023년 사이 태양광 발전 용량은 40배, 풍력 발전 용량은 6배 증가했다. 원자력 발전 용량은 같은 기간 큰 변화 없는 수준을 유지했다. 재생에너지 용량은 2030년까지 2022년보다 2.7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COP28에서 합의한 목표(재생에너지 용량 3배 증가)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진단했다다.
화석연료는 2023년 기준 전 세계 전력 공급의 60%를 차지했지만, 이는 지난 50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원자력 발전은 전체 전력 공급의 9%로 그 비중이 30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태양광·풍력은 대세...수소는 지지부진
IEA는 “태양광과 풍력은 거의 모든 국가에서 경제적 매력이 커지면서 2030년까지 모든 재생에너지 용량 증가의 95%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태양광은 재생에너지 설비의 80%에 달해 대세임을 입증했다. 이는 새로운 대형 태양광 발전소 건설과 기업·가구의 옥상 태양광 설비 증가의 결과다.
공급망 대란과 거시경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풍력발전은 회복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젝트 금융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최근 재정적 어려움에서 회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2024~2030년 풍력발전 용량 확장 속도는 2017~2023년에 비해 두 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바이오에너지, 지열, 태양열, 파력 등 다른 재생에너지는 정책 지원 부족으로 인해 발전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수력발전만 중국, 인도, 아세안 및 아프리카 주도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수소는 정책 지원이 증가했음에도 수요 창출은 미미할 것으로 예측됐다. IEA는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그린수소가 2030년 전체 수소 생산량의 4%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2030년까지 전 세계에 전해조(전기를 사용해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리하는 장치) 설치가 50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재생에너지원과 연결돼야 한다는 점에서 과제가 남았다. 이에 따라 수소는 2030년까지 43GW만 담당해 이는 전 세계 재생에너지 용량 확장의 1% 미만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과 인도가 재생에너지 성장을 이끌고 있다. IEA는 중국이 2030년까지 전 세계에 설치될 재생에너지 용량의 약 60%, 전 세계 재생에너지 용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전망에는 가격 경쟁력과 함께 중국 정부가 2030년까지 태양광·풍력발전 발전 용량 목표였던 1,200GW를 6년 앞당겨 달성한 점이 근거로 언급됐다.
중국·인도 주도...한국은 정책, 재정 속도내야
인도는 중국 다음으로 재생에너지 성장세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정부의 옥상 태양광 패널 지원제도와 유틸리티 기업들의 성장세가 이를 견인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 역시 2024~2030년 새 재생에너지 용량 증가세가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 EU는 기업들의 전력 구매 계약, 경쟁 경매 등이 늘고 있는 덕분이다.
한국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이 30GW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IEA는 지난 5월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을 바탕으로 2023년 기준 한국의 태양광과 해상풍력 발전 누적 설비용량은 각각 23.9GW와 0.1GW로 예측했다.
전기본 실무안은 2038년까지 원자력발전 35.6%,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33%로 늘리고 석탄 발전을 10%까지 감축한다는 내용을 내놓은 바 있다. 또 최근 대통령실은 소형모듈원자로(SMR) 4개 건설 계획을 연말 발표될 제11차 전기본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IEA는 한국에 대해 태양광·풍력 발전에 상당한 잠재력이 있다고 전제하면서 장기적으로 정책과 재정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고 시장 참여자들에게 적절한 인센티브가 지급되면 성장세가 더 가파를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력망 개선·저장설비 확충 시급
IEA는 “각국 정부 목표보다 재생에너지 증가세가 더 빨라서 2030년까지 600GW 규모의 태양광 발전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지만, 풍력발전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 세계 전력 생산에서 태양광과 풍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각국의 전력 시스템에 안전하게 통합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특히 현 추세로 국제사회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2022년 대비 3배 확충(1만 1,000GW)한다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아 2.7배 증가(9,763GW)에 머물 것으로 IEA는 예측했다.
IEA는 개발도상국의 경우 자금조달 문제의 개선을 주문했다. 특히 전력망 강화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늘린 만큼 전력망 현대화가 꼭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개도국에서는 전력망 투자가 더딘데, 지역사회의 반발 등이 전력망 증설을 막고 있는 상황이다.
IEA는 전반적으로 재생에너지원을 통해 생산된 전력이 사용되지 않는 감축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여러 국가에서 감축률이 약 10%에 도달했다. IEA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이 전력망 인프라와 시스템 통합과 같은 조치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는 거의 모든 국가에서 새로운 발전소를 추가하는 가장 저렴한 옵션이 되고 있지만 정책 및 금융 지원은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IEA는 "내년에 예정된 파리 협정에 따른 국가별 기여금 결정에서 대담한 계획과 함께 신흥 및 개발도상국의 높은 재생에너지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기 위한 국제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