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심화하면서 산업 전반에 걸쳐 ‘생존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보험산업은 위험을 분산하고 기업의 전환을 지원하는 핵심적 안전망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철강산업은 대표적 탄소집약 산업으로서 가장 큰 기후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대통령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 김민석, 이하 탄녹위)와 보험연구원(원장 안철경)은 25일 '저탄소 전환 촉진을 위한 보험의 역할' 세미나를 열고 국내 저탄소 전환보험 도입 가능성을 제시하는 등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보험 역할론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기후위기와 보험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한 이승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기후위기는 개별 재해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산업·사회 전체를 위협하는 시스템 리스크”라며 “보험이 단순 보상자가 아니라 전환 촉진자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리스크 평가 및 데이터 구축 지원해야
그는 보험산업의 핵심 역할로 ▲재난 손실 보상 및 안정망 제공 ▲기업의 친환경 투자 촉진을 위한 보증성 상품 개발 ▲기후리스크 데이터 구축 및 평가 지원을 제시했다. 특히 “탄소중립 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보험이 과도기적 리스크를 흡수해 신뢰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기후위기는 단순한 환경문제를 넘어 경제 전반에 직격탄을 가하는 시스템 리스크”라며 “보험산업이 가진 위험 관리와 재정 분산 기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준 연구위원은 △재난·재해 발생 시 손해 보상 기능 강화 △기업의 저탄소 전환 투자 촉진을 위한 보증성 보험상품 개발 △기후리스크 평가 및 데이터 구축 지원 등을 보험업계의 핵심 과제로 꼽았다. 이를 통해 보험업계가 기후재난 피해를 메워주는 ‘소극적 존재’에서, 저탄소 전환을 유도하는 ‘적극적 인프라’로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산업계가 공동대응에 나설 경우 독점규제 상 적용제외 등 면책 필요성과 공정거래법 적용제외나 보험업법 상호협정 활용을 제안했다. 탄소중립 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과도기적 리스크를 흡수하는 안전망으로서 보험이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에 해당한다.
설비 실패·공급망 불안정 등 복합 리스크 대비
안윤기 포스코 경영연구원 상무는 '철강산업의 기후리스크 및 시사점' 발표에서 탄소중립 이행 저해 요인으로 저탄소 제품 시장 부재를 언급하면서, 탄소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조업의 전환리스크 대응과 저탄소 시장 조성을 위한 마중물로서 보험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안윤기 상무는 “철강은 생산 과정에서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대표적인 탄소집약 산업”이라며, 국제 탄소규제 강화로 인한 △탄소국경조정제(CBAM) 부담 △친환경 설비 투자비용 증가 △경쟁력 약화 등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철강업계는 저탄소 공정 전환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다”며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술·재무 리스크에 대한 보험의 역할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저탄소 설비 투자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실패 가능성,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 등도 보험산업이 지원해야 할 분야라고 지목했다.
'국내 저탄소 전환보험 도입 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정광민 포항공과대학교 교수는 저탄소 전환분야 보험시장 조성을 위한 전략을 제안했는데, 단기 전략으로 정책성 보험제도 구축과 이를 위한 전담조직 신설, 중장기 전략으로 위험평가 전문기관 및 기업 보험중개시장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제도 정비와 상품 개발 속도 내야할 때”
정광민 교수는 특히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흡수할 새로운 보험 제도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그는 해외 사례를 들어 “유럽과 일본에서는 이미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리스크를 보장하는 보험상품이 운영되고 있다”며, 국내도 △재생에너지 개발 △탄소저감 설비 구축 △친환경 기술 상용화 등을 지원하는 전환보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저탄소 전환보험은 단순히 기업을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녹색산업 성장을 촉진하고 국가적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도 나왔다. 기후위기로 인한 사회·산업적 피해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보험산업이 단순한 손해보상 역할을 넘어, 산업 전환과 국가 차원의 탄소중립 전략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보험의 역할은 기후재난 보상에서 나아가, 기업의 저탄소 전환을 뒷받침하는 동반자가 될 것”이라며 “관련 제도 정비와 상품 개발이 시급한 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