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 주요국에서 지속가능성(ESG) 공시기준을 마련하고 기업의 공시 의무를 법제화하는 등 지속가능성 공시가 강화되는 추세다.
이에 2022년 12월 설립된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주도로 지난해 4월 IFRS(국제재무보고기준)를 바탕으로 한국형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 초안이 발표됐다. 지속가능성 관련 모든 정보의 의무 공시를 요구하는 IFRS와 달리 KSSB는 기후 관련 공시만 우선 의무사항으로 추진할 예정임을 밝혔지만 의무화 시기는 미정이다.
한국ESG기준원(KCGS, 원장 심인숙)은 KSSB 제2호(기후 관련 공시사항)의 5가지 공시 항목을 바탕으로 '국내 기업 기후정보 공개 현황 분석: 한국형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을 중심으로' 자료를 공개했다.
KSSB 제2호는 IFRS S2(국제재무보고기준의 기후 관련 공시) 기준을 참조하여 국내 실정에 맞춘 내용을 담고 있다. 핵심 요구사항으로는 △온실가스 Scope 1, 2, 3 배출량 공개 △기후 시나리오 분석을 통한 회복력 평가 △기후 관련 위험과 기회의 재무적 영향 분석 △내부 탄소 가격 산정 및 활용 등이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 공개기업 절반도 안돼
KSSB는 온실가스 배출량 공개 시 스코프 1(Scope 1, 직접 배출)과 스코프 2(Scope 2, 간접 배출)를 기본으로, Scope 3(기타 간접 배출)까지 포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한 기업들은 각 위험 및 기회 요인을 파악하고, 이를 재무 전략에 반영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국내 기업의 기후정보 공개 수준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24년 기준 국내 942개 기업 중 최근 3년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한 기업은 448개로 약 48%에 불과하다.
또 자산 규모 2조 원 이상 대기업은 92%가 이를 공개했으나, 중소기업의 경우 공개 비율이 22%로 낮았다. 이는 자본 규모에 따른 공시 격차가 심각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기후 시나리오 분석 결과 공개도 크게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기업 중 약 20%만이 기후변화가 기업에 미칠 영향을 시나리오 방식으로 분석해 공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나리오 방식 공시는 심층성 표준성 한계
그러나 이마저도 국제 표준에 기반하지 않은 자체적인 방식으로 분석을 진행해 데이터의 신뢰성과 비교 가능성이 부족했다.
일부 기업은 국제적 기준인 TCFD(기후변화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 프레임워크를 참고했지만, 이는 아직 제한적이며 심층적인 분석 사례는 드물었다. 결과적으로 시나리오 방식 공시는 여전히 표준화 및 정량화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
반면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은 이미 기후정보 공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4년부터 기후 관련 공시 의무화를 시행했으며, 유럽연합(EU)은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을 통해 기업들이 상세한 ESG 정보를 보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국내 기업과 달리 해외 기업들은 기후 관련 위험 관리와 탄소중립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주주와 공공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는 것이다.

ESG 정보 공시 규제 준수 차원 넘어서야
대표적으로 미국 웰스 파고(Wells Fargo)는 주주총회 안건 자료에 이사회 승계 계획과 ESG 전략을 포함해 높은 수준의 공시 투명성을 보여줬다.
KCGS는 국내 기업들 가운데 SSP 시나리오에 따른 물리적 위험 요인별, 경로별 영향을 분석한 한미약품, NGFS 7가지 경로, IEA 3가지 경로별 탄소 가격 전망치 분석 결과 등을 담은 교보증권 등을 기후 시나리오 분석 공시 우수사례로 꼽았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기후정보 공개 체계를 구축하려면 첫째, Scope 1, 2뿐 아니라 Scope 3 배출량까지 포괄하는 체계적인 배출량 산정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둘째, 기후 시나리오 분석의 표준화와 이를 기반으로 한 재무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셋째, 내부 탄소 가격을 활용하여 기업의 탄소 배출 감축 목표와 성과를 보다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은 ESG 정보 공시를 단순히 규제 준수 차원이 아닌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 전략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유럽(CSRD), 미국(SEC) 등 주요 시장 정보를 공유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