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후위기는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전례없는 폭염과 폭우로 많은 인명, 재산 피해가 일어난 데 이어 올해 미국 로스앤젤레스는 가뭄과 돌풍의 여파로 가혹한 산불 피해를 겪고 있다. 국제적 기후 협정에도 불구하고 목표 달성을 둘러싼 비관적 전망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여기에 세계 각국 정부의 정책은 더딘 상황이고 지정학적 경쟁으로 국제협력도 두드러지지 못하고 있다. 기업의 적극적인 기후대응이 중요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업은 비즈니스 추진 과정에서 공급망을 통해 글로벌 배출량에 크게 기여하는 만큼 의미 있는 변화를 추진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 핵심은 '탈탄소화'다.

'탈탄소화'는 기업 경영의 모든 영역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을 포함한다. 이는 적극적인 행위를 요구하는 다면적이고 복잡한 프로세스를 포함하고 특히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적인 전환을 제기한다. 이 전환은 재생 에너지원 채택, 지속가능성을 위한 제품 재설계, 에너지 효율성 향상, 가치 사슬 전체에서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공급업체 및 고객과의 긴밀한 협력을 아우른다.

하지만 기업은 높은 초기 비용, 체계적이고 전면적인 동참, 세계적으로 얽혀 있는 공급망 등의 문제로 탈탄소화가 여의치 않다. 이익 마진이 낮거나 화석 연료에 크게 의존하는 산업의 경우 더 많은 희생과 헌신이 필요하다. 즉 탈탄소화에는 기업의 문화적 변화를 수반해야 하는데 리더십의 역할이 중요하다.

오늘날 기업들은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어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많지 않다. 각각 고유한 관행과 과제를 가진 수많은 공급업체와 함께 탄소 배출량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을 제어하기 위해 대화하고 협력해야 한다. 특히 기업의 최고의사결정권자는 지속가능성을 옹호하고 이를 기업 정신에 강조하는 등 철학과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탈탄소화는 단순히 기업의 환경적 의무, 시대적 이벤트가 아니라 기업의 미래 경쟁력과 수익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이익의 기회를 제공한다. 가령 에너지 절약 및 효율성, 위험 완화 및 규정 준수에 따른 재정적 손실 예방, 초기 투자비에도 장기적인 이익으로 환원, 강화된 ESG 요소로 투자자 관계 증진, 브랜드 평판 개선, 생산성 제고와 HR 제고, 에너지 전환기의 경쟁력 확보, 혁신과 새로운 시장 기회 등 실질적 소득이 따른다.

전환경제 시대...기업문화와 리더십 관건

예를 들면 천연가스 업계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미래를 향한 책임을 주도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가지고 있다. 저탄소 가스 접근법을 채택하고 가스 가치 사슬의 탈탄소화에 투자함으로써 천연가스가 글로벌 에너지 믹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계속하는 동시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크게 줄일 수 있어서다.

우선 공급과 인프라에 일관된 속도로 투자하는 동시에 가스 가치 사슬의 탈탄소화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해야 한다. 이러한 이중 접근 방식으로 천연가스는 저탄소 미래에도 실행 가능하고 책임감 있는 에너지원으로 남을 수 있다.

탈탄소화 접근 방식과 사업 및 가치 창출 관점에서 저탄소 사업 모델이 부상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저탄소 비즈니스 모델을 위한 준비가 여전히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 공개된 연구 논문 '저탄소 비즈니스 모델: 검토 및 유형'은 5가지 탈탄소화 전략을 제시했다.

첫째, 저탄소 기술에 대한 투자. 탄소 포집 및 저장(CCS), 수소 생산, 바이오가스 등의 기술을 도입하면 천연가스의 탄소 발자국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을 기존 운영에 통합함으로써 기업은 지속가능성을 증명할 수 있고, 규제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둘째, 인프라 복원력 강화. 저탄소 가스를 수용하기 위해 가스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하고 확장한다. 여기에는 수소 혼합 가스 및 기타 재생 가스를 처리할 수 있도록 기존 파이프라인과 시설을 개조하여 탈탄소 에너지 시스템으로 원활하게 전환하는 것이 포함된다.

셋째, 협력적 파트너십. 탈탄소화를 향한 여정에는 가치 사슬 전반에 걸친 협력이 관건이다. 가스 관련 기업은 기술 제공업체, 연구 기관 및 기타 이해관계자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전문 지식과 자원을 활용하여 저탄소 솔루션의 혁신과 구현을 가속화해야 한다.

넷째, 규제 조정 및 지원. 정부와 국회 등과 정책 논의를 활성화하여 지원 기반의 규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탄소 가스 이니셔티브에 대한 명확한 프레임워크와 인센티브는 투자를 장려하고 업계에서 필요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다섯째, 소비자 참여 및 교육. 시장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을 주도하면 기업은 저탄소 가스 솔루션의 이점을 투자자 및 소비자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에너지 전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천연가스의 역할에 대해 이해관계자를 교육하면 청정 에너지 옵션에 대한 수용을 촉진하고 수요를 촉진할 수 있다.

논문에서 정리한 저탄소 비즈니스 모델을 둘러싼 주요 질문과 10가지 사업 유형은 다음과 같다.

저탄소 사업모델 전략과 10가지 유형

1.저탄소 생산 투입 사업 모델

생산 공정의 투입으로 순환 또는 무탄소 재료와 에너지를 사용한다. 이러한 모델은 생산에 사용될 순환 및 재생 가능 재료(예: 재활용 알루미늄), 구성 요소(예: 목재 건축 제품) 및 에너지(예: 합성 연료)의 조달을 통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동일하거나 더 나은 품질의 산출물을 보다 지속 가능하게 생산하여 추가적인 고객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2.저탄소 생산 공정 비즈니스 모델

생산 공정 배출을 완화하기 위해 저탄소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저탄소 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한 공정 변환(예: 고온 공정 전기화)을 통해 수행되거나, 탄소 포집 장치를 통합하고 공정 배출물이 대기로 방출되기 전에 저장함으로써 수행될 수 있다. 이 비즈니스 모델 유형은 산업 기업의 급진적인 지속 가능성 변환을 가능하게 하여 더 높은 가치의 제품과 즉각적 또는 미래의 운영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새로운 생산 공정 기술(예: 전기 아크로 및 플라스마 가열)은 특히 중공업에 고유한 탈탄소화 옵션을 제공하지만 이러한 기술은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3.탄소 기반 폐기물 포집 및 활용 사업 모델

기물이 되는 대신 자원의 가치를 유지함으로써 제로 웨이스트 접근 방식을 적용한다. 포집하여 활용할 탄소 기반 잠재적 폐기물에는 공정 배출, 재료 및 에너지가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사업 모델은 공정에서 CO2를 포집하여 판매하거나 사용하는 것, 생산에서 남은 부산물을 수거하여 판매하거나 사용하거나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 공정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열과 같은 스필오버 에너지를 회수하여 재활용하거나 판매하는 것을 아우른다.

이 사업 모델 유형은 보다 지속 가능한 생산을 가능하게 하고 자원을 선매할지 또는 중심 회사에서 다시 사용할지에 따라 새로운 수익원이나 소싱 비용 절감을 제공한다. 탄소 포집 및 저장은 배출량 거래를 통해 직접적으로 절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폐기물 포집 및 활용의 기회와 수익성은 탄소 가격 책정과 같은 경제 정책 도구나 효율성 표준과 같은 규제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

4.탈탄소화 사업 모델을 위한 자원 효율성

비효율적인 프로세스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재료 및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하는 데 기반을 둔다. 즉, 내부 프로세스에서 에너지 및 재료 사용을 최적화하여 필요한 투입 및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효율성이 향상되면 상당한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 기술, 개선된 제품 설계 및 프로세스 또는 시스템 최적화를 통해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다. 정책 도구와 관련하여 자원 효율성 사업 모델은 특히 효율성 표준에 의해 주도된다.

5.저탄소 토지 관리 사업 모델

저탄소 토지 이용, 농업 및 임업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재생 농업이나 농림업 또는 책임 있는 채굴과 같이 탄소를 포집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가치 사슬의 1차 생산 관행을 다룬다는 것이다. 저탄소 토지 관리 사업 모델을 통해 기업은 생산성과 비용 효율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생산이나 공급 보안을 보장하여 추가 고객 가치를 창출하고 장기적인 사업 실행 가능성을 개선할 수 있다.

또한 토지 보전은 회사의 다른 기능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을 상쇄할 수 있다. 이러한 사업 모델은 핵심 사업으로 구현하거나 인소싱 또는 협업을 통해 구현할 수 있다. 다양한 경제 정책 인센티브 또는 부문별 규정(예: EU의 토지 이용, 토지 이용 변화 및 임업[LULUCF] 규정) 및 기타 유형의 환경 정책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다.

6.탄소 스마트 제품 및 수명 연장 비즈니스 모델

내구성, 재생 가능성, 재사용 가능성 또는 재활용 가능성으로 인해 수명 주기 배출량을 최소화하는 제품을 설계하고 제조하는 데 기반이 있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은 사용 중 및 사용 후 배출량을 완화할 수 있는 제품의 생산 및 판매와 관련 서비스를 포함한다. 종종 재료 혁신을 통해 가능한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은 순환성을 통해 에너지 및 원자재에 대한 필요성을 줄일 수 있다.

고객이 자체 배출량과 가치 사슬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함에 따라 산업 전반에서 탄소 완화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판매자는 고객의 비즈니스를 보다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 외에도 고객의 잠재적인 에너지 또는 재료 절감 중 일부를 제품 가격에 수용할 수 있다. 탄소세와 같은 경제 정책 도구는 탄소 스마트 제품을 구매하려는 고객의 인센티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7.강화된 제품 활용 사업 모델

필요한 총 제품 수를 줄이기 위해 제품 활용률을 강화하여 탈탄소화를 추구한다. 실제로 이는 종종 활용률이 낮은 제품 및 리소스(예: 산업용 기계, 시설 또는 차량)를 서비스화하거나 공유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러한 사업 모델은 종종 공급자에게 추가 수익을, 고객에게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디지털 플랫폼 기술은 강화된 제품 활용 사업 모델의 주요 원동력이다.

8.저탄소 에너지 생산 사업 모델

화석 에너지 생산을 대체하기 위해 녹색, 재생 가능 및 회수된 1차 에너지와 그 파생물(예: 수소 및 합성 연료 생산)을 생산하는 데 의존한다. 기존 재생 에너지 형태(예: 풍력)의 생산 및 판매, 신규 에너지원(예: 해양 열 에너지)의 상용화, 고급 재생 연료의 정제뿐만 아니라 새로운 에너지 분배 모델을 통한 배출 감소 및 가치 창출을 포괄한다. 규제 및 탄소 가격 상승과 같은 경제 정책 인센티브로 인해 저탄소 에너지와 재생 가능 전기에 대한 수요가 높다. 기술 개발과 규모의 경제는 동시에 많은 관련 프로세스의 비용을 감소시키고 있으며, 이는 저탄소 에너지 생산자의 가치 포착 잠재력을 더욱 증가시킨다.

9.탈탄소화 사업 모델을 위한 기술

산업 가치 사슬의 탈탄소화에 필수적인 기술과 장비를 설계, 제조 및 제공하는 데 있다. 가장 중요한 시장은 중공업 공정(예: 증기 분해기 또는 시멘트 가마), 'Power-to-X' 및 새로운 에너지 인프라(예: 스마트 그리드 및 수소 인프라)의 전기화에 필요한 것과 같은 새로운 공정 기술에 대한 수요에서 발생하며, 특정 고객에게 맞춤화하거나, 연속 생산을 위한 제품으로 개발하거나, 서비스로 판매할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기술의 고객 가치는 고객을 위해 급진적인 배출 완화를 가능하게 하고 즉각적 또는 미래의 운영 비용 절감을 제공하는 능력에서 결정된다. 연구개발 자금 및 프로그램과 같은 경제 정책 인센티브와 규제 기준과 함께 공공 조달 전략은 이러한 기술의 대부분에 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지리적으로 분리할 수 있다.

10.탈탄소화 사업 모델을 위한 서비스 및 자금 조달

기업의 저탄소 비즈니스를 가능케 하고 지원하는 제3자 서비스 및 금융 상품이다. 서비스 모델에는 시스템 설계 및 컨설팅(예: 수소 기반 공급망 및 생산 설계), 평가 및 보고 서비스(예: 탄소 발자국 및 손자국 계산 도구), 플랫폼 서비스(예: 중고품 또는 공유 모빌리티 시장)를 포함한 다양한 솔루션 등이 있다. 자금 조달 모델에는 보상 수단과 저탄소 기업 투자 전략을 통한 자발적 배출량 거래 촉진이 있다. 이러한 사업 모델의 가치 포착 동인은 상당한 산업 간 배출량 완화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으며, 특히 플랫폼을 사용하는 경우 자본 및 운영 비용이 낮다는 점이다.

한국 기업들 시장 선점 서둘러야 한다

현재 한국의 주요 기업들도 다양한 탈탄소화 비즈니스를 추진하고 있다. 저탄소 생산 투입 사업 모델의 경우 POSCO는 친환경 철강 생산을 위해 저탄소 철강 생산 기술과 수소 환원제철(HyREX) 기술을 개발 중이다. 저탄소 생산 공정 비즈니스 모델은 반도체 기업이 선도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 공정 기술을 적용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롯데케미칼 등은 탄소 기반 폐기물 포집 및 활용 사업 모델,  LG전자, SK에코플랜트는 자원 효율성 기반 사업 모델, 농심, 한화솔루션 등은 저탄소 토지 관리 사업 모델에 적합하다. 탄소 스마트 제품 및 수명 연장 사업 모델은 현대자동차, 삼성SDI 등이 적극적이다. 풍부한 인프라를 갖춘 카카오, KT의 경우 강화된 제품 활용 사업 모델에 안성맞춤이다. 저탄소 에너지 생산 사업 모델의 경우 한화큐셀, 두산에너빌리티 등이 이미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탈탄소화 기술 기반 사업 모델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술 및 수소 연료 생산에 투자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을 꼽을 수 있다. 정유 공정에 탄소포집 기술을 도입해 탈탄소화를 전개 중인 현대오일뱅크도 있다. 서비스 및 자금 조달 사업 모델의 경우 그린 금융 상품과 탄소중립펀드를 통해 기업의 저탄소 사업을 지원하고 있는 KB금융그룹, ESG 금융 플랫폼을 통해 지속 가능한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하는 신한금융그룹 등 국내 주요 금융그룹이 있다.

글로벌 공급망에 깊이 연결된 한국의 주요 산업들은 탈탄소화 노력을 통해서만 국제 사회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다. 기업들은 단기적인 비용 증가에 좌고우면하지 말고 장기적인 이익과 지속 가능한 발전 가능성을 바라보며,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ESG 경영을 강화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하는 데 더 적극적인 연구와 실행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