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극한 호우와 폭염 등의 빈도 증가와 빈번한 도심 인프라 피해가 반영돼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 점수(56.7점)를 기록했다. 또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OECD 최상위권이고 온실가스 감축 노력도 상대적으로 부족해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82.4점)에 이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유럽투자은행(EIB)이 최근 발표한 '가장 위험에 처한 나라는 어디인가? 국가별 기후 위험 글로벌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170여 개국 중 개발도상국은 ‘물리적 기후 위험’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소규모 도서 국가들은 극심한 기후에 취약하고, 재정·인프라·행정 측면에서 기후 적응 역량도 부족해 가장 높은 물리적 위험에 노출돼 있다. 극한 기후로 인한 농업 생산 감소, 인프라 손상, 물 부족 등이 해당 국가들의 경제를 직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 종합 기후 리스크 순위 75위...일본에 뒤처져
반면 미국·유럽 등 선진국은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에너지 시스템 전환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물리적 전환 위험이 더 크게 노출돼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석유·가스 수출 비중이 높은 중동 국가들도 전환 과정에서 막대한 경제적 충격이 예상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국 가운데 중국은 전환 위험(60.0)이 가장 높고, 물리적 위험(45.2)도 상대적으로 높아 종합 리스크가 가장 큰 나라로 분류됐다. 미국은 물리적 위험(39.9)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고, 전환 위험도 높아 중간 수준의 위험국으로 파악됐다.
한국과 일본은 전환 위험이 각각 52.1점, 47.8점으로 상대적으로 커 중간 정도의 위험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EU 주요국은 기후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전환 위험이 여전히 높아 구조적 전환에 대한 정책적 압박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물리적 위험과 전환 위험 등 두 가지 기후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종합 순위(낮을수록 위험 높음) 결과 한국은 75위를 기록했다. 미국(69위) 보다 위험도가 낮지만 일본(87위)을 비롯 독일(90위), 프랑스(95위), 이탈리아(94위) 등 EU 주요 국가에 비해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고위험국’...재정·정책 투트랙 대응 시급하다
유럽 국가들은 물리적 위험과 배출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아 ‘기후 안전지대’로 분류되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기후 리스크는 상호 연결돼 있으며, 글로벌 협력을 통해 전 지구적 전환이 이뤄져야만 실질적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EIB는 보고서에서 “가장 심각한 물리적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큰 국가는 역사적으로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은 곳들”이라며 '기후 정의'를 거론했다. 선진국은 전환 위험은 높지만 충분한 재정과 기술로 대응 여력이 크다는 점에서, 기후 정책의 형평성과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기후 적응력이 낮은 지역일수록 복원력 강화를 위한 조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특히 기후 위험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커지면서, 금융 기관들이 물리적 피해와 전환 충격을 모두 고려하면서 대출 조건 조정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물리적 위험이 높은 국가에는 기후 리스크 프리미엄을 반영해 대출금리를 높이거나, 반대로 탄소 전환에 적극적인 국가는 우대 금리를 적용해 녹색 전환을 유도하는 식이다.
EIB는 보고서에서 “극한 기후 피해와 전환 위험이 동시에 높은 국가는 구조적 대응 없이는 장기적으로 기후 위기에 크게 취약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두 지표 모두 상위권에 속하는 이중 위험 국가인 한국은 중국은 재해 복원력 강화와 함께 탈탄소 정책 이행을 강도 높게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보고서는 기존 평가와 달리 모든 위험 요소에 동일한 가중치를 부여하지 않았다. 대신 문헌 연구와 통계 기반 분석을 통해 각국의 기후 리스크를 '물리적 위험(physical risk)'과 '전환 위험(transition risk)'으로 구분해 평가했다.
EIB의 ‘이중 프레임워크’ 지수…기존 지수와 차별화 이번 보고서는 기존 평가와 달리 모든 위험 요소에 동일한 가중치를 부여하지 않았다. 대신 문헌 연구와 통계 기반 분석을 통해 각국의 기후 리스크를 '물리적 위험(physical risk)'과 '전환 위험(transition risk)'으로 구분해 평가했다.
6가지 물리적 위험 요인(예: 극단 기후 피해, 농업 생산 손실, 해수면 상승 피해, 인프라 비용, 고온에 따른 생산성 저하, 물 부족에 따른 경제손실 등)과 5가지 전환 위험 요인(예: 이산화탄소 배출 수준, 에너지 집약도, 화석연료 의존도, 재생에너지 비중 및 증가율, NDC 기반 기후 정책의 의지 등)을 선별하고, 각 요인의 영향력을 실질적으로 반영한 가중치를 설정했다.
이 11개 요인은 과학적·경험적 가중치를 기반으로 종합 점수를 산출했다. 물리적 위험의 경우 '극한 기상 피해'가 전체 점수의 약 5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고, 전환 위험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과 '에너지 집약도'가 가장 큰 영향력을 차지한다.
‘극한 기상 피해’ 항목은 폭염, 홍수, 태풍 등으로 인한 GDP 손실을 수치화했다. 이 점수가 높을수록 재해에 따른 경제 피해가 크다. ‘이산화탄소 배출’ 항목은 1인당 배출량, 배출 추세, 감축 목표 대비 초과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EIB는 위험을 단순 나열하지 않고, 각 위험 요소가 국가 GDP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화해 연간 손실액으로 추정했다. 물리적 위험은 각국의 적응 능력(재정 건전성, 행정역량 등)을 반영해 조정했으며, 전환 위험은 과거 추세, 현재 수준, 미래 감축 목표까지 통합적으로 고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