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부터 8월 11일간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이하 파리 올림픽)은 ‘올림픽 어젠다 2020’에 완전하게 부합하는 첫 번째 올림픽으로, 책임감 있고 지속가능하며 포용력 있는 대회를 약속하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지속된 기록적인 폭염과 센강의 오염 문제 등으로 이미 대회 개최 전부터 수많은 이슈를 낳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조직위는 에너지, 음식, 경기장, 교통, 디지털 서비스를 위한 혁신적인 솔루션을 통해 이전 대회에 비해 대회 관련 탄소 발자국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한 최첨단 계획을 마련했다. 파리 올림픽이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하면서도 지속적인 유산(legacy)을 남기는 등 친환경 대회를 준비하는 다섯 가지 방법은 이목을 끌고 있다.
1.미리 영향을 예측하고 줄이기(Thinking ahead: anticipating and avoiding impact)
후보지 선정 단계에서부터 파리 올림픽은 이전 대회에 비해 대회 탄소 발자국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천명했다. 건설부터 에너지와 수송, 케이터링(식음료 제공)과 조달에 이르기까지 모든 대회 계획과 운영을 포함하는 탄소 예산을 책정했다.
· 2012 런던 올림픽과 2016 리우 올림픽의 평균 탄소 배출량 대비 50% 감축을 목표로 하는 이번 파리 올림픽은 관중 이동과 같은 대회의 간접적인 발자국(Scope 3 배출량)까지 포함하는 가장 광범위한 범주의 배출량을 다루고 있다. 이는 파리 올림픽이 2015년 195개국에 의해 채택된 파리기후변화협약(Paris Agreement on Climate Change)을 준수하는 최초의 올림픽이 될 것임을 의미한다.
· 파리 올림픽은 올림픽과 패럴림픽 역사상 최초로 '재료 발자국(material footprint)'을 선제적으로 계산했다. 대회 조직위는 경기장별로 필요한 자원에 대한 상세한 지도를 작성하여 이를 최소화하고 대회 전, 대회 중, 그리고 대회 후 자원의 수명 주기를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관중석부터 텐트, 침대, 의자, 테이블, 심지어 테니스 공까지 모든 자산을 세심하게 계획했다.
· 파리 올림픽 조직위는 혁신적인 에너지 모델을 통해 탄소 배출을 방지했다. 2024 파리 올림픽은 대회 기간 동안 100% 재생 에너지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디젤 발전기 사용을 최소화 한다. 사용해야 하는 일부 발전기는 바이오 연료, 수소 또는 배터리로 구동한다. 임시적인 에너지 솔루션의 사용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모든 경기장은 안정적인 전력망에 연결한다.
· 파리 올림픽은 대회가 생물 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줄이기 위한 고유한 방법론을 개발했다. 이를 보다 지속 가능한 임시(대회 목적으로 건설하고 대회 후에 철거하는) 경기장 설계에 적용했다.
2. 감축, 임대 그리고 재사용(Reducing, renting and reusing)
모든 단계에 통합된 파리 올림픽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 전략은 적은 자원으로 대회를 조직하고, 이러한 자원을 더 잘 활용하며, 대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자원의 제2의 생명을 보장하는 세 가지 핵심 원칙에 기반한다.
· 파리 올림픽 경기장의 총 95%는 기존 경기장을 활용하거나 또는 임시 경기장이고, 나머지는 저탄소 건설 공법으로 지어졌다.
· 아쿠아틱스 센터(수영경기장)는 대회가 끝난 후에도 생상드니(Seine-Saint-Denis, 빈민지역) 사회에 오랫동안 봉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센터는 옥상에 설치된 4,680평방미터의 태양광 패널이 제공하는 에너지에 주로 의존할 계획이다. 센터의 모든 좌석은 지역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하여 제작했다. 건물의 중심에는 목재를 사용하여 건축 과정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
· 감축 원칙은 공연장 내부 디자인에도 적용했다. 텐트, 의자, 컴퓨터, 스포츠 장비 등 파리 올림픽은 가능한 한 사용을 줄이고 공동 사용을 장려했다. 이러한 접근 방식으로 대회에 필요한 시설 내 가구의 양을 당초 예상했던 80만 개에서 60만 개로 줄일 수 있었다.
· 200만 개의 스포츠 장비 중 4분의 3은 스포츠 연맹에서 대여하거나 제공할 예정이다. 스크린, 컴퓨터, 프린터와 같은 전자 장비도 4분의 3 이상을 대여한다. 모든 스탠드, 텐트, 방갈로(단층 임시장소)도 마찬가지다.
· 조직위는 혁신적인 시설 및 설비 확보 전략 덕분에 600만 개의 자산 중 90%를 공급업체(협력 파트너)가 회수하여 재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나머지 10%의 물품에 대한 2차 수명(재사용)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3. 재생(Regeneration)
프랑스 당국은 IOC의 올림픽 어젠다 2020에 따라 파리 올림픽을 활용하여 지역 사회, 특히 북동부 교외 지역인 생상드니(Seine-Saint-Denis) 생활 환경을 장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아쿠아틱스 센터는 현재 11세 어린이 2명 중 1명이 수영을 할 줄 모르는 지역 사회를 위한 멀티 스포츠 허브로 제공한다. 여기에는 수영, 클라이밍, 피트니스 시설과 개인 및 팀 스포츠를 위한 공간이 포함될 예정이다.
· 친환경 지역으로 구상된 올림픽 선수촌은 올림픽이 끝난 후 새로운 주거 및 비즈니스 지구로 탈바꿈하여 6천 명에게 직장을 제공하고, 추가로 6천 명에게 아파트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1/4은 현재 생상드니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의 40%가 거주할 수 있는 공공 주택으로 공급한다. 나머지 1/3은 정부 산하 기관이 관리하는 저렴한 주택으로 임대하여 학생과 저소득층 근로자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레스토랑, 상점, 레저 센터가 들어서면 현재 실업률이 20%를 넘는 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올림픽 선수촌과 접해 있는 생상드니 운하의 재개발과 지하 전기선 설치로 주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교외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A86 고속도로 남쪽에 소음 차단벽을 건설하는 것은 교통 소음으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구제하는 데 목적이 있다.
· 올림픽은 또한 2025년부터 모든 파리 시민들이 센 강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오염 개선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이 이니셔티브는 파리의 미래 기후 회복력(climate resilience) 계획의 일환이다.
4. 식탁 위 지속가능성: 더 많은 식물성과 현지산, 그리고 더 적은 플라스틱(Sustainability on the plate: more plant-based, more local, less plastic)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 동안 1,300만 개의 식사는 보다 책임 있는 방식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농부, 생산자, 요리사, 영양사 등 120여 개 단체와 200여 명의 선수가 파리 2024 푸드 비전 수립에 참여했다.
주최 측은 다른 여러 약속들 중에서도 다음과 같이 프랑스 평균적인 식사 대비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인 식사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 식물성 식재료의 비율을 두 배로 늘리고 대회 관중과 운영 직원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식물성 옵션을 확대한다.
· 식재료의 80%를 지역 농업 생산에서 조달하고, 1/4은 각 경기장으로부터 250km 이내에서 생산한 식재료를 사용한다.
· 더 나은 식사량 예측, 재분배, 퇴비화 또는 소비되지 않은 모든 음식의 변형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인다.
· 케이터링에 사용되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절반으로 줄이고, 대회가 끝난 후 케이터링 장비와 인프라를 100% 재사용한다. 올림픽 파트너인 코카콜라는 파리 올림픽 모든 경기장에 700개의 식수대와 탄산음료 분수를 설치하고, 대회 조직위는 무료 식수대를 설치할 예정이다. 관중들은 기존 프랑스 규정 대비 예외적으로 재사용 가능한 물병을 가지고 모든 경기장에 입장할 수 있다.
5. 교통: 더 짧은 거리와 더 낮은 탄소 배출(Transport: shorter distances and lower carbon)
파리 올림픽 조직위는 기존의 광범위한 대중교통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400km가 넘는 새로운 자전거 도로를 건설, 확충해 교통망을 강화하는 등 대회를 체계적으로 준비했다.
· 올림픽 경기장의 80% 이상이 선수촌에서 10km 이내에 위치하여 선수들의 이동 시간을 최소화했다.
· 모든 경기장은 대중교통으로 접근할 수 있다. 대중교통 운영사들은 파리 지역의 버스, 지하철, 기차 서비스를 평상시 여름철 교통량보다 15% 늘릴 계획이다.
· 선수들과 공인 참가자들에게 제공되는 차량에는 올림픽 파트너인 토요타가 제공하는 전기, 하이브리드, 수소 구동 차량이 포함된다. 환경 영향을 더욱 줄이기 위해 이전 올림픽 대회에 비해 약 40% 적은 수의 차량으로 최적화된 차량을 사용할 계획이다.
필자 류종기 EY한영 상무는 지속가능금융(ESG)과 기업 리스크관리 컨설팅을 담당하며 서강대 일반대학원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로 전략적 ESG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Risk Advisor'를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