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탄소중립산업법(Net Zero Industry Act, 이하 NZIA)의 본격 시행을 위해 2차 입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5월 22~23일 이틀에 걸쳐 위임법(Delegated Act), 이행법(Implementing Act), 통신문 등 총 6개 분야에 걸친 입법 패키지를 발표했으며, 관련 법안들은 오는 7월 중 확정·발효될 전망이다.
NZIA는 미국의 IRA에 대응하여 역내 탄소중립 기술 제조 역량 확대를 위해 ’30년까지 역내 관련 기술 수요 40%, 글로벌 시장 가치 15% 역내 생산 목표 및 지원 방안'을 담고 있다.
주요 내용은 △탄소중립기술 목록 선정 △탄소중립 가속화 단지 △탄소중립기술 프로젝트 허가 프로세스 간소화 △2030년까지 최소 연간 5천만 톤 증대 등 탄소저장 목표 수립 △공공조달, 재생에너지 경매 등 제품의 시장 접근 관련 제도에 환경적 지속가능성, 혁신, 회복력 기여도 등 비가격적 기준을 포함하고 있다.

화석연료 기업에 '탄소 저장 의무'…44개 기업 선정
EU 집행위는 탄소 저장 시장 확대를 위해 원유·천연가스 기업에 대해 탄소 저장 의무를 부과했다. 선정된 44개 기업은 2030년까지 연간 총 5천만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해야 하며, 대표적으로 쉘(Shell), 엑슨 모빌(Exxon Mobil), 몰(Mol) 등의 기업이 포함됐다. (편집자 주: 기업 목록)
EU는 이번 입법으로 탄소중립기술 제조 역량 확대와 공급망 다변화를 가속화 할 계획이다. 특히 중국산 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관련 제품 및 부품의 특정 역외국 의존도가 50%를 초과할 경우 공공경매에서 '회복력 기여도(resilience contribution)' 평가를 고려하는 만큼 한국을 포함한 역외 공급국 기업들의 대응 전략 마련이 요구된다.
이행법에 따르면 각국 정부는 재생에너지 관련 경매 시 가격 외에도 지속가능성, 회복력, 사이버보안,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의 기준을 종합 평가해야 한다. 특히 제품 또는 주요 부품의 생산지 중 특정 제3국(사실상 중국)의 점유율이 일정 기준을 초과할 경우, 입찰 참여 자체가 제한되거나 감점 처리될 수 있다.
예를 들면 태양광 PV 모듈의 경우 중국산 부품 사용이 일정 비율을 넘을 경우 경매 참여가 제한된다. 풍력터빈, 전해조, 히트펌프 등 주요 기술에도 유사한 조건이 적용된다.
이번 입법을 통해 NZIA에 포함되는 탄소중립기술 19개 카테고리와 관련 최종 제품, 핵심 부품 목록이 명확히 규정됐다.

제품별 국가 의존도 공개...한국산 배터리 분리막, 음극활물질 포함
25개 탄소중립기술 제품별로 EU 외 국가에 대한 의존도 정보도 공개됐다. 대표적으로 태양광 셀·모듈은 최대 96%까지 중국 의존도가 확인됐다. 한국은 △배터리 팩·모듈·셀(4%) △배터리 분리막(19%) △음극활물질(18%) △전력망 부품(2%) 등 일부 품목에서 의존국으로 포함됐다. (편집자 주: 최종 제품별 구체적인 구성 부품 목록 위임법 내용)
집행위는 전략 프로젝트 신청 및 선정 절차를 개시했다. 현재까지 스웨덴에서 NKT사의 고전압 케이블 확장 사업과 탈가(Talga)사의 흑연 배터리 양극재 프로젝트가 선정됐다. 회원국은 전략 프로젝트 평가를 위한 공통 기준을 마련해야 하며, 창구를 설치한 17개국에서 신청이 가능하다.
EU는 향후 역내 제조 역량 확대와 더불어 역외 의존도 완화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한국 기업은 제품 및 부품의 원산지, 공급망 구성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경매 참여 시 비가격 기준 충족을 위한 ESG 관리, 기술 역량 확보, 사이버보안 수준 강화 등 종합적인 대응 전략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회복력 기여도 평가 강화로 인해 중국산 부품 비중이 높은 제품은 진입 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경제통상 리포트 'EU 탄소중립산업법(NZIA) 2차 입법 추진 동향'에 따르면 "EU 시장 진출 및 관련 제품의 경매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은 입찰 참여 난이도가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제품 및 부품의 원산지와 공급망을 점검하고 다양한 사전 자격 필수 요건에 대응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